[범물시니어기자단] 추억을 비추는 밤, 수성못의 야경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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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태문 작성일 26-04-09 09:34 조회 52회 댓글 0건본문

사진/ 최태문
어린 시절, 설렘으로 반짝이던 소풍의 기억
햇살이 유난히 눈에 부시던 봄날, 수성못은 아이들에게 세상에서 가장 넓고 신기한 놀이터였다. 알록달록 도시락 가방을 들고 친구들과 뛰어가던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고, 물 위를 유유히 떠다니는 오리배는 그 자체로 모험이었다.
"어머니께서 아침 일찍 손수 만드신" 김밥, 과자 한 봉지도 그날만큼은 특별한 잔치였다. 그 시절 수성못은 ‘풍경’이 아니라 ‘사건’이었다. 웃음소리, 보물 찾기, 선생님의 호루라기 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까지 모든 것이 살아 움직이며 아이의 하루를 가득 채웠다.
세월이 흐른 뒤, 노년의 고요한 시선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찾은 수성못은 같은 자리지만 전혀 다른 온도로 다가온다. 신작로에 있던 버드나무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산책로와 벤치가 설치되어 있다. 발걸음은 느려졌고,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은 깊어졌다. 물 위에 번지는 계절마다 달라지는 나무의 색, 벤치에 앉아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의 표정까지. 스쳐 지나갔던 바람이 이제는 기억을 불러온다. 잔잔한 호수처럼 마음속에 가라앉아, 조용히 미소 짓게 만든다.
밤이 되면, 또 다른 얼굴을 드러내는 수성못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으면 수성못은 완전히 다른 세계로 변한다. 호수를 따라 켜지는 조명은 물 위에 길고, 물밑으로 깊게 번져, 마치 또 하나의 도시가 물속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을 준다.
갈대숲 산책로 아래,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친 불빛은 흔들리며 살아 움직이고, 야경은 한 편의 영화처럼 느리게 흐른다.

사진/최태문
빛, 물결, 그리고 목소리가 겹치는 순간
그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기타 선율과 노랫소리, 거리공연이다. 젊은 날의 감성을 노래하는 발라드가 흐르면, 노년의 발걸음은 잠시 멈춘다. 가사를 따라가다 보면 잊고 지냈던 이름 하나, 얼굴 하나가 조용히 떠오른다.
누군가는 스마트폰으로 그 장면을 기록하고, 누군가는 그저 서서 듣는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벤치에 앉아 노래가 끝날 때까지 물속의 야경에 눈을 고정한다. 빛은 기억처럼 번지고 시간처럼 흔들리며, 목소리는 그 모든 것을 이어 붙인다.
특히 노년의 시선에서 바라본 이 장면은 단순한 야경을 넘어선다. 삶의 한때를 통과해온 사람에게 이 밤의 풍경은 질문이 아니라, 하나의 대답처럼 다가온다.
“지나온 시간도, 지금, 이 순간도 모두 충분했다, 수고 했소!”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오늘 하루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면 된다. 그래야 내일이 있다.
최 태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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