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참여자 이영길 어르신의 글 나눔 "나의 새로운 시작, 노인 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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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3-07-18 11:05 조회 226회 댓글 0건본문
이 글은 노인일자리 참여자 이영길 어르신이 나눠주신 글입니다.
나의 새로운 시작, 노인 일자리
집과 가까운 용학도서관에서 매일 독서도 하고, 유명하신 강사님들의 특강을 들으며 평범하게 지내던 어느 날, 도서관에서 노인 일자리에 참여하시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노인 일자리에 관심이 생기게 되었고 어떻게 하면 노인 일자리를 신청할 수 있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바로 여쭤보았더니 범물노인복지관에 방문하여 신청하면 된다고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설레는 마음으로 곧장 범물노인복지관으로 발걸음을 돌려 일자리를 신청하게 되었고, 노인 일자리 참여자로서의 첫 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근무지는 ‘범물종합사회복지관’, 맡은 업무는 도시락을 포장해서 배달하는 것이었는데, 고슬고슬 맛있게 지어진 밥과 반찬들을 포장하고 구역을 나누어 각 가정에 전달하는 일이었습니다. 배달을 하다 보면 다양한 가정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몇몇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배달하는 대상자 중, 초등학교 3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살고 있는 가정이었습니다. 방문할 때마다 인사도 잘하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면서 그때마다 내 마음은 너무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사람은 받는 것도 좋지만 주는 기쁨이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그저 내 손자, 손녀라 생각하며, 도시락 배달을 갈 때마다 얼굴을 보며 인사도 나누고 잘 지내는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고 항상 아이들 보고 싶은 마음에 설레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내 생이 다할 때까지 밝은 아이들을 계속 만났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두 번째는 6·25 때 참전한 국가 유공자 어르신 가정 이야기입니다. 배달을 하며 어르신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는데 “어르신, 혹시 6·25 때 이북 어디까지 갔습니까?”라는 질문에 함경북도 회령까지 갔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그러면 함경남도 흥남에도 가셨습니까?”라고 다시 여쭤보았습니다. 흥남에도 갔다고 하는 순간 저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나왔습니다. “어르신, 제가 바로 9살 때 부모님 손잡고 흥남 부두에서 피난 나온 사람입니다.” 나의 고향까지 갔다 온 분이라, 너무 반가웠고 여기서 이렇게 만날 수 있어서 가슴이 뭉클하였습니다. 그 후로 배달을 갈 때마다 이야기도 나누고, 같이 사시는 사모님께서도 너무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하루하루 기분 좋게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사모님께서 집에 계시지 않길래, 혹 사모님께서 어디로 가셨는지 여쭤보았습니다. 들려오는 대답으로는 사모님께서 요양원에 가시게 되었다는 것과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덜컹’ 내려앉은 심정이었습니다. 사모님께서 떠나신 후 홀로 지내시는 유공자 어르신이 마음에 쓰여 활동 때마다 찾아뵙고 인사를 드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상 건강이 염려되는 심정입니다. ‘어르신, 늘 건강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내일 뵙겠습니다.’
세 번째는 홀로 계시는 어르신 가정 이야기입니다. 가정에 방문하여 “어르신 밥 잡수십시오”, 하며 인사를 건네면 날 쳐다보면서 “그쪽도 어르신인데...”라며 이야기를 하시는 분이 계셨습니다.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끔 밖에서 산책도 하시는 분이셨는데 계실 때 집 문은 잠그지 않으셨기에 늘 노크 후 문을 열고 어르신이 원하는 위치에 도시락을 가져다 놓곤 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늘 활짝 열려 있던 문이 굳게 잠겨있고, 노크를 해도 아무런 기척이 없으셨습니다. 이틀 후 사무실에 물었더니,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마자 ‘쿵’ 가슴이 내려앉는 심정이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소식에 한동안 멍하니 허공만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안타깝고 그리운 마음에 아직도 저에게 “그쪽도 어르신인데...”라던 어르신이 생각납니다.
저는 죽음에는 예고한 죽음과 예고하지 않은 두 가지 죽음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42년 전 나의 부모님, 즉 아버지는 암으로 투병하시다가 돌아가셨기에, 어느 정도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82일 만에 교통사고로 갑자기 돌아가시는 바람에 너무 큰 충격과 슬픔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예고하지 않은 죽음으로 어머니를 보내고 오랜 시간 슬픔의 감정에 지냈습니다. 물론 지금도 어머니를 떠올리면 눈물이 납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이 나이에 무엇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살아가는데 얼마나 즐겁고 행복한지 모릅니다. 여러 대상자 집을 찾아가 안부를 확인하고 도시락을 전해드리며 담소를 나누고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는 이 모든 순간순간이 감사합니다. 우리는 건강을 유지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일 일하면 운동이 되어 몸이 젊어지고, 아동들이나 어르신들께 조금이나마 선행을 베풀면 마음이 기쁘고, 아울러 몸과 마음이 젊어진다고 믿고 있습니다. 많은 것은 아니더라도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마음이 즐거우며 기쁩니다. 아울러 노인 일자리는 나의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계속 참여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즐거운 나날 되십시오.
2023년 07월 14일 이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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