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문, 곽홍란 회원님의 칼럼] 여성 청소년의 그날 위해, 공업용 미싱 페달을 밟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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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6-02-04 16:51 조회 64회 댓글 0건본문
여성이 자신을 위해 일어설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주장하지도 않고, 모든 여성을 위해 일어서는 것입니다. -마야 안젤루
‘세계 인구의 절반은 여성이다. 그리고 우리의 미래 또한 여성이다.’ 라고 한다면 이 말에 과연 누가 반기를 들 수 있을까? 요즘 나의 관심사는 여성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한다면 그 중에서도 여성 청소년이다. 전 세계의 여성 청소년은 약 6억 명이다. 그들의 잠재력은 우리 모두에게 무한한 가능성의 실현으로 나타날 것이다. 여성 청소년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다 함께 노력한다면, 분명 그 사회는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일이다.
지난 해, 봄이 오고있는 어느 날이었던가. 범물노인복지관(관장 우지연) 승강기에 붙은 공지의 제목이 나를 붙들었다. ‘따실따실 봉사단 모집’, 분명 어떤 모임 이름인데 참 이쁘고 따실따실했다. 모임의 성격은 바느질을 잘하거나, 좋아하는, 또는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함께 모여서 따실따실하고 좋은 시간을 만들어보자는 황다인 팀장의 취지였다. 그 후, 단원으로 선발된 나는 둘째와 넷째 주 수요일이면 이른 점심을 먹고 바느질 공방으로 달려가 공업용 재봉틀 페달을 밟았다. ‘따슬따슬 봉사단’의 첫 번째 사업인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을 위한 필수품 만들기였다.
젊은 여성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마법에 걸린다. 그 마법은 피할 수 있다면 건너뛰거나, 그 마법에서 달아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다. 바로 젊은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가임기 여성의 특혜이기도 한 생리현상이다. 이 현상의 기간을 나는 마법의 시간으로 표현한다. 여성들은 마법의 거미줄에 걸리면 평소의 나와 다른, 또 다른 나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 마음대로 몸이 따라주질 않는다. 걸음이 불편해 움직이기 싫어지고, 신경은 예민해지고, 그런 자신이 또한 싫어지지만 어찌할 방도가 없고, 그런 자신의 상태를 말로 표현하기도 어렵고, 어색할 때가 많다.
여성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되어 현대를 살아가는 젊은 여성들은 점점 더 경제적, 사회적, 정치적 공간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또 자신의 꿈을 당당하게 실현시키며 사는 여성들의 수는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꿈, 건강, 웰빙 및 역량에 투자하는 것은 여성 자신뿐만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다음 세대도 이롭게 한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에 대한 인식과, 존중, 배려가 부족한 곳은 수없이 존재하고, 사각지대에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특히, 도움의 손길이 간절한 수백만 명의 어린 여성 청소년들은 차별, 배제 및 억압과 폭력에 직면해 있다.
여성을 위한 사회적 요구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지만 ‘따실따실 봉사단’ 사업의 시작은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이었다. 그 시각을 나는 희망으로 읽었다. 여성 청소년의 필수품(생리대) 만들기가 뭐 그리 대단한 일일까? 의뭉스러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 1~2만원은 커피 한잔 주고받는 값에 불과하겠지만 한 부모 가정, 조손가정, 홀로가정의 청소년에게는 한 달을 견디게 하는 거금일 수도 있다. 특히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들은 생리대 구할 돈이 없어 휴지 몇 장으로 하루를 버티거나, 아예 불편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 결석이나 조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을 위한 작은 실천으로 계획한 취약계층 여성 청소년을 위한 필수품을 만들기 위해 ‘따실따실 봉사단’은 먼저 의견수렴을 했다. 젊은 여성이었던 경험으로 사업은 쉽게 날개를 달고 움직였다. 마법의 기간 동안 배출되는 출혈의 양에 따라 생리대로 재탄생하게 할 순면 거즈천을 구입하고, 1달 동안 편한 마음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개를 작은 가방에 넣어 보관할 수 있게 하자는 언니들의 깨알 같은 의견들은 봉사자의 마음과 시간을 따실따실하게 데워주었다.
여성 청소년을 위한 필수품 만들기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었다. 도안, 천컷팅, 테잎커팅, 1차 재봉, 2차 재봉, 3차 재봉, 마무리 등을 거치며 한 개의 소품이 나오는 엄청난 정성의 과정이 필요했다. 여성 청소년을 만나러 가기 위해 수성구를 상징하는 연두색 뚜버기 손가방에 얌전히 담긴 생리대를 보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따실따실 봉사단에 소속되었다는 이유만로 나도 여성 청소년을 생각하는 일을 할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여성 청소년들이여! 큰 꿈을 펼치시오. 그대들은 존재만으로도 우리에게 선물이고, 보배라오.
출처 : 대구신문(https://www.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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